랏타빨라 존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 절하고 오른쪽으로 돈 뒤,
거처를 정리하고 발우와 가사를 챙겨
툴라꼿티까로 떠났다.
차례로 유행하여 그곳에 이르러
꼬라뱌왕의 사슴 동산에 머물렀다.
아침에 옷을 입고 발우와 가사를 지닌 채
마을로 탁발하러 들어가
집을 가리지 않고 돌다가
자기 아버지의 집에 이르렀다.
Atha kho āyasmā raṭṭhapālo uṭṭhāyāsanā bhagavantaṁ abhivādetvā padakkhiṇaṁ katvā senāsanaṁ saṁsāmetvā pattacīvaramādāya yena thullakoṭṭhikaṁ tena cārikaṁ pakkāmi. Anupubbena cārikaṁ caramāno yena thullakoṭṭhiko tadavasari. Tatra sudaṁ āyasmā raṭṭhapālo thullakoṭṭhike viharati rañño korabyassa migacīre. Atha kho āyasmā raṭṭhapālo pubbaṇhasamayaṁ nivāsetvā pattacīvaramādāya thullakoṭṭhikaṁ piṇḍāya pāvisi. Thullakoṭṭhike sapadānaṁ piṇḍāya caramāno yena sakapitu nivesanaṁ tenupasaṅkami.
맛지마 니까야 MN 82 랏타빨라경 (Raṭṭhapālasutta) 배경
아라한이 된 랏타빨라가 마침내 고향 툴라꼿티까로 돌아오는 장면입니다. 그는 곧장 부모의 집으로 가지 않고 왕이 관리하는 사슴 동산에 머물며, 다음 날 아침 여느 탁발승과 다름없이 집을 가리지 않고 차례로 걸식하다가 자연스럽게 자기 아버지의 집 앞에 이르게 됩니다. 오랜 갈등 끝에 집을 나섰던 그가 신분을 감추지 않은 채, 그러나 아들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탁발승으로서 옛집 앞에 서는 순간입니다.
묵상
오래 떠나 있던 곳으로 돌아갈 때,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지금의 나로 서고 싶은 마음이 함께 있었나요? 그 둘 사이에서 나는 어느 쪽에 더 가까이 서 있었나요? 그 자리에서 나는 무엇으로 나 자신을 소개하고 싶었나요?
그때 아버지는 가운데 문간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있었다.
멀리서 랏타빨라 존자가 오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저 삭발한 가짜 수행자들이
우리의 사랑하는 외아들을 출가시켰다.”
랏타빨라 존자는 자기 아버지의 집에서
보시도 정중한 거절도 받지 못하고
오직 욕설만 들었다.
Tena kho pana samayena āyasmato raṭṭhapālassa pitā majjhimāya dvārasālāya ullikhāpeti. Addasā kho āyasmato raṭṭhapālassa pitā āyasmantaṁ raṭṭhapālaṁ dūratova āgacchantaṁ. Disvāna etadavoca: “imehi muṇḍakehi samaṇakehi amhākaṁ ekaputtako piyo manāpo pabbājito”ti. Atha kho āyasmā raṭṭhapālo sakapitu nivesane neva dānaṁ alattha na paccakkhānaṁ; aññadatthu akkosameva alattha.
맛지마 니까야 MN 82 랏타빨라경 (Raṭṭhapālasutta) 배경
문 앞에 선 아들을 보고도 아버지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 채, 오히려 그를 출가시킨 이들을 원망하는 말을 내뱉습니다. 탁발승에게는 응당 보시를 하거나 정중히 거절하는 것이 예의였는데, 랏타빨라는 그마저도 받지 못하고 욕설만 들었습니다. 자기 집 문 앞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는 이 장면은, 그가 떠난 자리가 얼마나 완전히 지워졌는지를 보여 줍니다. 알아보지 못한 아버지의 슬픔이 오히려 낯선 이를 향한 원망으로 터져 나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묵상
누군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낯선 사람처럼 대할 때, 서운함보다 먼저 헤아려야 할 그 사람의 마음이 있었나요? 그 자리에서 나는 무엇을 밝히고 싶었나요? 오해를 받으면서도 곧바로 해명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그때 집안의 하녀가
전날 먹다 남은 죽을 버리려 하였다.
랏타빨라 존자가 말하였다.
“누이여, 버릴 것이라면
내 발우에 담아 주시오.”
하녀는 죽을 담다가
그의 손과 발과 목소리의 특징을 알아보았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달려가 말하였다.
“마님, 도련님 랏타빨라가 돌아오셨습니다.”
“네 말이 참이라면
너를 자유롭게 해 주겠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가서 말하였다.
“여보, 우리 아들 랏타빨라가 돌아왔다고 합니다.”
Tena kho pana samayena āyasmato raṭṭhapālassa ñātidāsī ābhidosikaṁ kummāsaṁ chaḍḍetukāmā hoti. Atha kho āyasmā raṭṭhapālo taṁ ñātidāsiṁ etadavoca: “sacetaṁ, bhagini, chaḍḍanīyadhammaṁ, idha me patte ākirā”ti. Atha kho āyasmato raṭṭhapālassa ñātidāsī taṁ ābhidosikaṁ kummāsaṁ āyasmato raṭṭhapālassa patte ākirantī hatthānañca pādānañca sarassa ca nimittaṁ aggahesi. Atha kho āyasmato raṭṭhapālassa ñātidāsī yenāyasmato raṭṭhapālassa mātā tenupasaṅkami; upasaṅkamitvā āyasmato raṭṭhapālassa mātaraṁ etadavoca: “yaggheyye, jāneyyāsi: ‘ayyaputto raṭṭhapālo anuppatto’”ti. “Sace, je, saccaṁ bhaṇasi, adāsiṁ taṁ karomī”ti. Atha kho āyasmato raṭṭhapālassa mātā yenāyasmato raṭṭhapālassa pitā tenupasaṅkami; upasaṅkamitvā āyasmato raṭṭhapālassa pitaraṁ etadavoca: “yagghe, gahapati, jāneyyāsi: ‘raṭṭhapālo kira kulaputto anuppatto’”ti?
맛지마 니까야 MN 82 랏타빨라경 (Raṭṭhapālasutta) 배경
아버지도 알아보지 못한 아들을, 정작 알아본 것은 죽을 버리려던 하녀였습니다. 손과 발과 목소리라는 몸에 새겨진 것들이 신분이나 옷차림보다 먼저 그를 증명했습니다. "네 말이 참이라면 너를 자유롭게 해 주겠다"는 어머니의 말에서, 아들의 귀환이 하녀에게는 뜻밖의 자유를 가져다줄 만큼 큰 사건이었음이 드러납니다. 이렇게 시작된 소식은 곧바로 아버지에게까지 전해집니다.
묵상
겉모습이 완전히 달라졌어도 끝내 남아 있는, 그 사람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나의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요? 오래 곁에 있었던 사람일수록 그것을 더 빨리 알아채던가요?
그때 랏타빨라 존자는 담 아래에 기대어
전날 먹다 남은 죽을 먹고 있었다.
아버지가 다가와 말하였다.
“사랑하는 랏타빨라야,
어찌 이런 묵은 죽을 먹느냐?
네 집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
“장자여, 집 없는 우리에게
어디에 집이 있겠느냐?
그대의 집에서도
오직 욕설만 들었느니라.”
“오너라, 집으로 가자.”
“그만두라, 오늘 식사는
이미 마쳤느니라.”
“그렇다면 내일 식사를 받아 다오.”
랏타빨라 존자는 침묵으로 받아들였다.
Tena kho pana samayena āyasmā raṭṭhapālo taṁ ābhidosikaṁ kummāsaṁ aññataraṁ kuṭṭamūlaṁ nissāya paribhuñjati. Atha kho āyasmato raṭṭhapālassa pitā yenāyasmā raṭṭhapālo tenupasaṅkami; upasaṅkamitvā āyasmantaṁ raṭṭhapālaṁ etadavoca: “atthi nāma, tāta raṭṭhapāla, ābhidosikaṁ kummāsaṁ paribhuñjissasi? Nanu, tāta raṭṭhapāla, sakaṁ gehaṁ gantabban”ti? “Kuto no, gahapati, amhākaṁ gehaṁ agārasmā anagāriyaṁ pabbajitānaṁ? Anagārā mayaṁ, gahapati. Agamamha kho te, gahapati, gehaṁ, tattha neva dānaṁ alatthamha na paccakkhānaṁ; aññadatthu akkosameva alatthamhā”ti. “Ehi, tāta raṭṭhapāla, gharaṁ gamissāmā”ti. “Alaṁ, gahapati, kataṁ me ajja bhattakiccaṁ”. “Tena hi, tāta raṭṭhapāla, adhivāsehi svātanāya bhattan”ti. Adhivāsesi kho āyasmā raṭṭhapālo tuṇhībhāvena.
맛지마 니까야 MN 82 랏타빨라경 (Raṭṭhapālasutta) 배경
아들을 알아본 아버지가 담 아래에서 식은 죽을 먹고 있는 그를 발견하고 다가와 집으로 가자고 청하지만, 랏타빨라는 "우리에게 어디에 집이 있겠습니까"라며 자신이 더는 그 집의 아들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아버지는 낳고 기른 관계로 그를 부르고, 랏타빨라는 출가한 사람으로서의 자리를 지킵니다. 그런데도 다음 날의 식사 초대는 침묵으로 받아들이는데, 이는 거절도 완전한 수락도 아닌 여지를 남긴 응답입니다.
묵상
한때 나의 자리였던 곳을 이제는 그렇게 부를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사실을 상대에게 어떻게 전했나요? 관계를 완전히 끊지 않으면서도 선을 긋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완전한 거절도 수락도 아닌 여지를 남겨 둔 적이 있나요?
아버지는 랏타빨라가 초대를 받아들인 것을 알고
집으로 돌아갔다.
금화와 금붙이를 큰 더미로 쌓아 자리를 덮어 가리고,
랏타빨라의 옛 아내들에게 말하였다.
“며느리들아, 예전에 랏타빨라가
가장 좋아했던 모습으로 치장하여라.”
밤이 지나자 맛있는 씹을 것과 먹을 것을 마련하고
“시간이 되었다. 식사가 준비되었다”라고 알렸다.
Atha kho āyasmato raṭṭhapālassa pitā āyasmato raṭṭhapālassa adhivāsanaṁ viditvā yena sakaṁ nivesanaṁ tenupasaṅkami; upasaṅkamitvā mahantaṁ hiraññasuvaṇṇassa puñjaṁ kārāpetvā kilañjehi paṭicchādetvā āyasmato raṭṭhapālassa purāṇadutiyikā āmantesi: “etha tumhe, vadhuyo, yena alaṅkārena alaṅkatā pubbe raṭṭhapālassa kulaputtassa piyā hotha manāpā tena alaṅkārena alaṅkarothā”ti. Atha kho āyasmato raṭṭhapālassa pitā tassā rattiyā accayena sake nivesane paṇītaṁ khādanīyaṁ bhojanīyaṁ paṭiyādāpetvā āyasmato raṭṭhapālassa kālaṁ ārocesi: “kālo, tāta raṭṭhapāla, niṭṭhitaṁ bhattan”ti.
맛지마 니까야 MN 82 랏타빨라경 (Raṭṭhapālasutta) 배경
아들을 되돌리기 위한 아버지의 준비가 시작됩니다. 그는 큰 금더미를 마련해 감춰 두고, 랏타빨라의 옛 아내들에게 예전에 그가 좋아하던 모습으로 치장하라고 이릅니다. 재물과 옛 사랑, 두 가지를 함께 동원하는 이 준비는 아들을 나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그가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입니다. 준비가 얼마나 치밀했는지는 다음 장면에서 금 더미를 직접 열어 보이는 순간에 드러납니다.
묵상
누군가를 붙잡고 싶을 때 가장 좋았던 시절의 모습을 다시 꺼내 보인 적이 있나요? 그 마음은 상대를 향한 것이었나요, 지나간 시간을 향한 것이었나요? 그렇게 꺼낸 마음은 상대에게 그대로 전해졌나요?
랏타빨라 존자는 아침에 옷을 입고
발우와 가사를 지닌 채
아버지 집으로 가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아버지는 덮개를 벗겨 금 더미를 보이며 말하였다.
“사랑하는 랏타빨라야,
이것은 어머니 쪽 재산이고,
아버지 쪽 재산과 할아버지에게서 온 재산도 따로 있다.
재물을 누리면서 공덕도 지을 수 있다.
낮은 삶으로 돌아와
재물을 누리고 공덕을 지어라.”
Atha kho āyasmā raṭṭhapālo pubbaṇhasamayaṁ nivāsetvā pattacīvaramādāya yena sakapitu nivesanaṁ tenupasaṅkami; upasaṅkamitvā paññatte āsane nisīdi. Atha kho āyasmato raṭṭhapālassa pitā taṁ hiraññasuvaṇṇassa puñjaṁ vivarāpetvā āyasmantaṁ raṭṭhapālaṁ etadavoca: “idaṁ te, tāta raṭṭhapāla, mātu mattikaṁ dhanaṁ, aññaṁ pettikaṁ, aññaṁ pitāmahaṁ. Sakkā, tāta raṭṭhapāla, bhoge ca bhuñjituṁ puññāni ca kātuṁ. Ehi tvaṁ, tāta raṭṭhapāla, hīnāyāvattitvā bhoge ca bhuñjassu puññāni ca karohī”ti.
맛지마 니까야 MN 82 랏타빨라경 (Raṭṭhapālasutta) 배경
약속대로 다음 날 아침 랏타빨라가 아버지의 집을 찾아가자, 아버지는 감춰 두었던 금 더미를 열어 보이며 재물의 규모를 하나하나 밝힙니다. 단순히 부유함을 과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재물을 누리면서 공덕도 지을 수 있다"는 말로 출가와 재물이 반드시 상충하지 않는다는 논리까지 준비해 왔습니다.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설득이 이 장면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어머니 쪽, 아버지 쪽, 할아버지 쪽 재산을 하나하나 짚는 대목에서 그 준비의 치밀함이 드러납니다.
묵상
누군가를 설득하려고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것들을 하나하나 꺼내 보인 적이 있나요? 그 정성이 상대에게는 어떻게 가닿았을지 헤아려 보세요. 정성을 다한 설득이 통하지 않았을 때 나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장자여, 내 말을 따른다면
이 금과 재물을 수레에 싣고 가
갠지스강 한가운데 빠뜨리라.
무엇 때문인가?
이것 때문에 슬픔과 탄식과
괴로움과 근심과 절망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니라.”
“Sace me tvaṁ, gahapati, vacanaṁ kareyyāsi, imaṁ hiraññasuvaṇṇassa puñjaṁ sakaṭe āropetvā nibbāhāpetvā majjhegaṅgāya nadiyā sote opilāpeyyāsi. Taṁ kissa hetu? Ye uppajjissanti hi te, gahapati, tatonidānaṁ sokaparidevadukkhadomanassupāyāsā”ti.
맛지마 니까야 MN 82 랏타빨라경 (Raṭṭhapālasutta) 배경
아버지가 정성껏 준비한 금 더미 앞에서 랏타빨라가 내놓은 답입니다. 그는 재물을 나누어 가지거나 거절하는 대신, 아예 강물에 던져 버리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합니다. 재물 자체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슬픔과 탄식과 고통과 근심과 절망"이 바로 그 재물에서 비롯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짧은 대답은 아버지의 오랜 준비에 대한 정면의 응답이자, 그가 왜 그 삶을 떠났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 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묵상
내가 애써 지키고 있는 것이 오히려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나요? 그것을 놓아 버린다면 무엇이 가장 먼저 가벼워질 것 같나요? 그것을 붙들고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랏타빨라의 옛 아내들은
저마다 그의 발을 붙잡고 물었다.
“도련님, 어떤 천상의 여인들 때문에
청정한 삶을 사십니까?”
“누이들이여, 우리는 천상의 여인들 때문에
청정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도련님 랏타빨라가 우리를 누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Atha kho āyasmato raṭṭhapālassa purāṇadutiyikā paccekaṁ pādesu gahetvā āyasmantaṁ raṭṭhapālaṁ etadavocuṁ: “kīdisā nāma tā, ayyaputta, accharāyo yāsaṁ tvaṁ hetu brahmacariyaṁ carasī”ti? “Na kho mayaṁ, bhaginī, accharānaṁ hetu brahmacariyaṁ carāmā”ti. “Bhaginivādena no ayyaputto raṭṭhapālo samudācaratī”ti tā tattheva mucchitā papatiṁsu.
맛지마 니까야 MN 82 랏타빨라경 (Raṭṭhapālasutta) 배경
치장하고 기다리던 옛 아내들이 랏타빨라의 발을 붙잡으며, 혹시 더 아름다운 천상의 여인을 얻으려 출가한 것이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담담했고, 무엇보다 그들을 "누이"라고 부른 그 한마디가 아내들에게 가장 큰 충격이었습니다. 아내라는 관계가 이제 그에게 더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른 어떤 설명보다 그 호칭 하나가 분명히 전한 것입니다. 그가 옛 아내들을 미워하거나 밀어낸 것은 아니었다는 점도 함께 눈여겨볼 만합니다.
묵상
관계가 이미 달라졌다는 사실을, 긴 설명보다 짧은 말 한마디로 실감한 순간이 있었나요? 그 말은 누구에게 더 아프게 다가왔을까요? 호칭 하나가 관계를 이토록 정확히 규정한다는 것이 놀랍지 않나요?
랏타빨라 존자가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장자여, 음식을 줄 것이라면 주라.
우리를 괴롭히지 말라.”
“먹어라, 랏타빨라야. 식사가 준비되었다.”
아버지는 손수 맛있는 씹을 것과 먹을 것을 내어
랏타빨라 존자가 만족하도록 대접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손과 발우를 거둔
랏타빨라 존자는 그 자리에 선 채
다음 게송을 읊었다.
Atha kho āyasmā raṭṭhapālo pitaraṁ etadavoca: “sace, gahapati, bhojanaṁ dātabbaṁ, detha; mā no viheṭhethā”ti. “Bhuñja, tāta raṭṭhapāla, niṭṭhitaṁ bhattan”ti. Atha kho āyasmato raṭṭhapālassa pitā āyasmantaṁ raṭṭhapālaṁ paṇītena khādanīyena bhojanīyena sahatthā santappesi sampavāresi. Atha kho āyasmā raṭṭhapālo bhuttāvī onītapattapāṇī ṭhitakova imā gāthā abhāsi:
맛지마 니까야 MN 82 랏타빨라경 (Raṭṭhapālasutta) 배경
옛 아내들이 쓰러지는 소동 속에서도 랏타빨라는 감정을 높이지 않고, 그저 "음식을 주실 것이라면 주십시오. 우리를 괴롭히지 마십시오"라고 담담히 청합니다. 아버지는 결국 손수 음식을 대접하고, 식사를 마친 랏타빨라는 자리에 선 채 게송을 읊기 시작합니다. 재물과 옛 정으로도 흔들리지 않았던 그의 마음이, 이제 직접 노래로 표현되는 대목으로 이어집니다. 소란 속에서도 그가 요청한 것은 오직 한 끼의 식사뿐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묵상
설득과 소동이 이어지는 자리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지켜야 할 것에만 집중했던 경험이 있나요? 그때 나를 붙들어 준 것은 무엇이었나요? 소란이 가라앉은 뒤에도 그 평정심은 그대로 남아 있었나요?
“보라, 꾸며 놓은 이 인형을.
상처투성이 몸을 쌓아 올렸고,
병들어 있으면서 온갖 생각에 사로잡혀
그 무엇도 오래 머물지 못하느니라.
보라, 보석과 귀걸이로 꾸민 이 모습을.
뼈를 가죽으로 싸고
옷으로 아름답게 보이게 했을 뿐이니라.”
“Passa cittīkataṁ bimbaṁ, arukāyaṁ samussitaṁ; Āturaṁ bahusaṅkappaṁ, yassa natthi dhuvaṁ ṭhiti. Passa cittīkataṁ rūpaṁ, maṇinā kuṇḍalena ca; Aṭṭhi tacena onaddhaṁ, saha vatthebhi sobhati.
맛지마 니까야 MN 82 랏타빨라경 (Raṭṭhapālasutta) 배경
랏타빨라가 옛집 앞에서 읊은 게송의 첫 두 연입니다. 화려하게 치장한 몸을 "꾸며 놓은 인형"이라 부르며, 그 안이 실은 상처와 병으로 가득한 채 오래 머물지 못하는 것임을 노래합니다. 이어 보석과 귀걸이로 꾸민 모습 또한 결국 뼈를 가죽으로 감싸고 옷으로 가린 것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옛 아내들의 치장을 직접 겨냥한 말이라기보다, 몸을 꾸미는 모든 치장이 지닌 한계를 짚는 노래입니다.
묵상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과 그 안의 연약함을 함께 본 적이 있나요? 그 둘을 동시에 보면서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나요? 나 자신의 몸을 바라볼 때도 그렇게 두 가지를 함께 볼 수 있나요?
“붉게 칠한 발과 분을 바른 얼굴은
어리석은 이를 홀리기에는 충분하나
저 언덕을 찾는 이를 홀리지는 못하느니라.
여덟 갈래로 땋은 머리와 눈먹을 칠한 눈은
어리석은 이를 홀리기에는 충분하나
저 언덕을 찾는 이를 홀리지는 못하느니라.”
Alattakakatā pādā, mukhaṁ cuṇṇakamakkhitaṁ; Alaṁ bālassa mohāya, no ca pāragavesino. Aṭṭhāpadakatā kesā, nettā añjanamakkhitā; Alaṁ bālassa mohāya, no ca pāragavesino.
맛지마 니까야 MN 82 랏타빨라경 (Raṭṭhapālasutta) 배경
앞선 두 연에 이어 화장과 머리 장식을 구체적으로 짚는 대목입니다. "저 언덕을 찾는 이"란 번뇌의 이쪽 언덕에서 벗어나기를 구하는 수행자를 뜻하는 표현으로, 이 경전 곳곳에서 되풀이됩니다. 같은 구절이 두 번 반복되며 리듬을 이루는데, 이는 치장 하나하나를 낱낱이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치장으로도 닿을 수 없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노래로 각인시키는 방식입니다.
묵상
누군가를 붙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나 자신을 위해 꾸미거나 가꾸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그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요? 같은 반복이 노래처럼 마음에 새겨질 때, 어떤 문장이 나에게 그렇게 남아 있나요?
“썩어 가는 몸을 새로 칠한 화장 상자처럼 꾸민 것은
어리석은 이를 홀리기에는 충분하나
저 언덕을 찾는 이를 홀리지는 못하느니라.
사냥꾼은 덫을 놓았으나
사슴은 덫을 밟지 않았다.
우리는 미끼를 먹고 떠나나니,
사냥꾼은 뒤에서 탄식하느니라.”
랏타빨라 존자는 선 채로 이 게송을 읊고
꼬라뱌왕의 사슴 동산으로 가서
어느 나무 아래 앉아 낮 동안 명상하였다.
Añjanīva navā cittā, pūtikāyo alaṅkato; Alaṁ bālassa mohāya, no ca pāragavesino. Odahi migavo pāsaṁ, nāsadā vākaraṁ migo; Bhutvā nivāpaṁ gacchāma, kandante migabandhake”ti. Atha kho āyasmā raṭṭhapālo ṭhitakova imā gāthā bhāsitvā yena rañño korabyassa migacīraṁ tenupasaṅkami; upasaṅkamitvā aññatarasmiṁ rukkhamūle divāvihāraṁ nisīdi.
맛지마 니까야 MN 82 랏타빨라경 (Raṭṭhapālasutta) 배경
게송의 마지막 연은 몸을 "새로 칠한 화장 상자"에 비유하며 앞선 노래를 마무리한 뒤, 사냥꾼과 사슴의 비유로 이어집니다. 사냥꾼이 놓은 덫을 사슴이 밟지 않고, 미끼만 먹고 유유히 떠나 사냥꾼이 뒤에서 탄식한다는 이 비유는 재물과 옛 정이라는 미끼 앞에서 랏타빨라 자신이 취한 태도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게송을 마친 그는 곧장 사슴 동산으로 돌아가 나무 아래 앉아 명상에 듭니다.
묵상
누군가 나를 붙잡으려 던진 미끼를, 그 마음은 받아들이되 미끼 자체는 밟지 않고 지나온 적이 있나요? 그 후 상대의 탄식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았나요? 뒤에 남은 사람의 아쉬움까지 헤아릴 여유가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