쐐기만 남은 북

다사라 사람들의 북이 고쳐지는 사이 원래 모습을 잃어 간 비유입니다.

사왓티에 계실 때의 일이다. 수행자들이여, 옛날에 다사라 사람들에게 아나까라는 북이 있었느니라. 그 북이 갈라질 때마다 다사라 사람들은 다른 쐐기를 박아 넣었느니라. 수행자들이여, 마침내 아나까 북의 낡은 나무통이 사라지고 쐐기더미만 남는 때가 왔느니라.

Sāvatthiyaṁ viharati. “Bhūtapubbaṁ, bhikkhave, dasārahānaṁ ānako nāma mudiṅgo ahosi. Tassa dasārahā ānake ghaṭite aññaṁ āṇiṁ odahiṁsu. Ahu kho so, bhikkhave, samayo yaṁ ānakassa mudiṅgassa porāṇaṁ pokkharaphalakaṁ antaradhāyi. Āṇisaṅghāṭova avasissi.

상윳따 니까야 SN 20.7 북 자루경 (Āṇisutta)

배경

이 경은 상윳따 니까야 20권(비유 품)에서 정법이 사라지는 방식을 다루는 첫머리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사라 사람들이 쓰던 아나까라는 북을 예로 드십니다. 북이 갈라질 때마다 사람들은 원래의 가죽판과 나무통을 고치는 대신 쐐기를 덧대었고, 그 일이 되풀이되자 결국 처음의 나무통은 통째로 사라지고 쐐기를 이어 붙인 덩어리만 남았습니다. 이 장면은 뒤에 이어질 비유, 즉 깊은 경들이 조금씩 다른 말로 덧대어지다가 원래 뜻을 잃어 가는 과정을 미리 보여 주는 도입부입니다.

묵상

오래 전해 오는 말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조금씩 다른 말로 덧대어지곤 합니다. 지금 내가 믿고 있는 말 중에도, 원래는 다른 뜻이었는데 여러 번 전해지며 살짝 바뀐 것이 있을까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원래 출처를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수행자들이여, 이와 같이 오는 세월에 수행자들이 있어 여래께서 설하신 깊고 뜻이 깊고 세간을 넘어서고 공함을 다루는 경들을 외울 때 듣고자 하지 않고 귀 기울이지 않고 앎을 위해 마음을 두지 않으며 그 가르침들을 배우고 지닐 만하다 여기지도 않으리라.

Evameva kho, bhikkhave, bhavissanti bhikkhū anāgatamaddhānaṁ, ye te suttantā tathāgatabhāsitā gambhīrā gambhīratthā lokuttarā suññatappaṭisaṁyuttā, tesu bhaññamānesu na sussūsissanti na sotaṁ odahissanti na aññā cittaṁ upaṭṭhāpessanti na ca te dhamme uggahetabbaṁ pariyāpuṇitabbaṁ maññissanti.

상윳따 니까야 SN 20.7 북 자루경 (Āṇisutta)

배경

앞서 든 북의 비유를 부처님께서 직접 풀이하시는 대목입니다. 미래에 어떤 수행자들은 여래가 설한 경들, 즉 뜻이 깊고 세간의 통념을 넘어서며 공함을 다루는 가르침이 낭송될 때 귀 기울이지 않고 마음을 두지 않으며 배워 지닐 만하다고도 여기지 않게 되리라고 하십니다. 부정이 네 번 겹쳐 쓰인 것은 듣는 태도부터 이해하려는 노력, 배울 가치를 인정하는 마음까지 단계별로 전부 놓아 버리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함입니다.

묵상

듣기 편한 말과 마음에 새겨야 할 말이 다를 때가 있습니다. 요즘 나는 어떤 이야기에 더 쉽게 귀 기울이고, 어떤 이야기는 나도 모르게 흘려듣고 있나요? 지금 답이 잘 안 떠오르면 그냥 한번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