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벗과 나쁜 벗 사이에서

함께할 만한 벗이 있다면 함께 가고, 없다면 혼자 가라고 하여 관계 자체를 부정하지 않음을 보여 줍니다.

슬기로운 벗을 만나 함께 지내며 잘 살아가는 현명한 이라면 온갖 위험을 함께 이겨내며 기쁜 마음으로 새기어 그와 함께 가느니라 슬기로운 벗을 만나지 못하여 함께 지내며 잘 살아갈 현명한 이가 없다면 정복한 나라를 미련 없이 떠나는 왕처럼 숲 속의 코끼리처럼 혼자서 가느니라.

“Sace labhetha nipakaṁ sahāyaṁ, Saddhiṁ caraṁ sādhuvihāridhīraṁ; Abhibhuyya sabbāni parissayāni, Careyya tenattamano satīmā”. “No ce labhetha nipakaṁ sahāyaṁ, Saddhiṁ caraṁ sādhuvihāridhīraṁ; Rājāva raṭṭhaṁ vijitaṁ pahāya, Eko care mātaṅgaraññeva nāgo”.

숫따니빠따 Snp 1.3 무소의 뿔경 (Khaggavisāṇasutta)

배경

이 경 전체에서 유일하게 후렴이 바뀌는 두 게송으로, 이 경이 관계 자체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열한째 게송은 "슬기로운 벗을 만나 함께 지내며 잘 살아가는 현명한 이라면" 그와 "함께 가느니라"라고 말해, 좋은 동반자가 있다면 함께 걷는 것을 오히려 권합니다. 다만 그런 벗을 만나지 못했을 때는 정복한 나라조차 미련 없이 떠나는 왕처럼, 숲 속의 코끼리처럼 혼자 가라고 열두째 게송이 잇습니다. 두 게송을 함께 읽으면 이 경의 "홀로 감"이 함께함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할 만한 벗이 없을 때 억지로 곁에 두지 않는 태도임이 드러납니다.

묵상

이 경이 늘 "혼자 가라"고만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좋은 벗이 있다면 함께 가라고도 말하고 있어요. 지금 곁에 함께 걸어갈 만한 사람이 있다면 그 인연을 감사히 여겨도 좋고, 없다고 해서 무언가 잘못된 것도 아니에요. 지금 내 곁에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참으로 좋은 벗을 만나는 복을 찬탄하나니 나보다 낫거나 같은 벗을 가까이해야 하리라 그런 벗을 얻지 못하면 허물없이 살아가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느니라.

“Addhā pasaṁsāma sahāyasampadaṁ, Seṭṭhā samā sevitabbā sahāyā; Ete aladdhā anavajjabhojī,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숫따니빠따 Snp 1.3 무소의 뿔경 (Khaggavisāṇasutta)

배경

앞선 두 게송을 이어받아 좋은 벗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합니다. "참으로 좋은 벗을 만나는 복을 찬탄하나니"는 좋은 동반자를 만나는 일 자체를 복으로 인정하는 말이고, "나보다 낫거나 같은 벗을 가까이해야 하리라"는 어떤 벗을 가까이할 만한지 기준까지 제시합니다. 그런 벗을 얻지 못했을 때는 "허물없이 살아가며" 혼자 가라고 하여, 아무나와 어울리기보다는 차라리 혼자 지내는 편이 낫다는 것이지, 벗을 사귀는 일 자체를 낮추어 보는 것이 아님을 보여 줍니다.

묵상

나보다 낫거나 같은 벗을 가까이하라는 말이, 지금 내 곁의 사람들을 저울질하라는 뜻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으면 해요. 그보다는, 나에게 힘이 되어 준 인연이 있었다면 그것이 얼마나 귀한 일이었는지 한 번쯤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요?

금세공인이 정교하게 만들어낸 찬란히 빛나는 금팔찌 두 개가 한 팔 안에서 서로 부딪히는 것을 보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느니라 이와 같이 짝이 되는 이와 함께라면 말다툼이나 시비가 생기고 말리니 앞날에 닥칠 이 두려움을 살펴보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느니라.

“Disvā suvaṇṇassa pabhassarāni, Kammāraputtena suniṭṭhitāni; Saṅghaṭṭamānāni duve bhujasmiṁ,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Evaṁ dutīyena sahā mamassa, Vācābhilāpo abhisajjanā vā; Etaṁ bhayaṁ āyatiṁ pekkhamāno,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숫따니빠따 Snp 1.3 무소의 뿔경 (Khaggavisāṇasutta)

배경

짝을 이루는 두 게송으로, 넷째 게송의 비유를 열다섯째 게송이 직접 풀어 설명하는 구조입니다. 열넷째 게송은 아름답게 만들어진 금팔찌라도 한 팔 안에 두 개가 있으면 부딪혀 소리를 낸다는 관찰을 들려주고, 열다섯째 게송이 "이와 같이 짝이 되는 이와 함께라면 말다툼이나 시비가 생기고 말리니"라며 그 뜻을 밝힙니다. 금팔찌 자체나 상대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한자리에 있으면 부딪힘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라는 것입니다. 앞의 게송들이 좋은 벗을 권했던 것과 달리, 이 두 게송은 둘이 됨 자체에 따르는 마찰의 가능성을 짚습니다.

묵상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히려 사소한 일로 부딪히기 쉽다는 걸 느껴 본 적이 있나요? 그건 두 사람 중 누가 나빠서가 아니라, 금팔찌 두 개가 부딪히듯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어요. 그런 부딪힘이 있었다면, 그것을 굳이 누구의 잘못으로 돌리지 않아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