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에 탐착하지 않고 방종하지 않으며
남을 부양할 일 없이 차례로 탁발하며
이 집 저 집 어디에도 마음을 매어두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느니라.
“Rasesu gedhaṁ akaraṁ alolo, Anaññaposī sapadānacārī; Kule kule appaṭibaddhacitto,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숫따니빠따 Snp 1.3 무소의 뿔경 (Khaggavisāṇasutta) 배경
앞 대목에서 집을 나선 이가 실제로 살아가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첫 게송입니다. "맛에 탐착하지 않고"는 음식에 대한 절제를, "차례로 탁발하며"는 좋은 집만 골라 다니지 않고 순서대로 문을 두드리는 걸식의 규칙을 말합니다. "이 집 저 집 어디에도 마음을 매어두지 않고"는 특정한 후원자나 장소에 마음이 쏠리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이 대목의 다른 게송들과 함께 홀로 감이 몸에 밴 절제된 습관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보여 줍니다.
묵상
매일 반복되는 일 속에서 유난히 좋아하는 것에만 마음이 쏠리고, 그렇지 않은 것은 대충 넘기게 될 때가 있지요. 오늘 하루 중에, 좋고 싫음을 크게 가르지 않고 마주한 순간이 있었나요?
마음의 다섯 장애를 남김없이 버리고
온갖 번뇌의 더러움을 몰아내며
그 무엇에도 기대지 않고 애착과 미움을 끊고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느니라.
“Pahāya pañcāvaraṇāni cetaso, Upakkilese byapanujja sabbe; Anissito chetva sinehadosaṁ,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숫따니빠따 Snp 1.3 무소의 뿔경 (Khaggavisāṇasutta) 배경
몸가짐을 다룬 앞 게송에 이어, 이 게송은 마음을 어지럽히는 다섯 장애를 다룹니다. "다섯 장애"는 감각적 욕망, 악의, 나태와 무기력, 들뜸과 회한, 의심을 가리키는 전통적인 다섯 가지 마음의 방해 요소로, 이것을 버리는 일이 뒤이은 게송들의 선정 수행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됩니다. "그 무엇에도 기대지 않고 애착과 미움을 끊고서"는 좋아함과 싫어함이라는 두 방향의 치우침을 함께 내려놓는다는 뜻으로, 앞서 여러 게송에서 다룬 애착의 문제를 마음의 차원에서 다시 정리합니다.
묵상
애착과 미움은 서로 반대인 것 같지만, 둘 다 무언가에 강하게 붙들려 있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어요. 지금 내 마음을 흔드는 것이 좋아함 때문인지 싫어함 때문인지,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을까요?
즐거움과 괴로움을 뒤로하고
예전의 기쁨과 근심마저 뒤로하며
청정하고 고요한 평정을 얻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느니라.
“Vipiṭṭhikatvāna sukhaṁ dukhañca, Pubbeva ca somanassadomanassaṁ; Laddhānupekkhaṁ samathaṁ visuddhaṁ,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숫따니빠따 Snp 1.3 무소의 뿔경 (Khaggavisāṇasutta) 배경
다섯 장애를 버린 마음이 이르는 상태를 그리는 게송입니다. "즐거움과 괴로움", "기쁨과 근심"이라는 두 쌍의 감정을 나란히 두어, 어느 한쪽만이 아니라 좋고 싫은 감정 전반을 뒤로한다고 말합니다. "예전의"라는 표현은 이것이 과거에 겪었던 감정들까지 포함함을 보여 주며, "청정하고 고요한 평정"은 감정이 아예 없는 상태가 아니라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안정된 마음을 가리킵니다.
묵상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지나고 나면 마음에 흔적을 남기곤 하지요. 지금 내 마음에 아직 남아 있는 예전의 감정이 있다면, 그것을 억지로 지우려 하지 않고 그저 알아차려 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괜찮아요.
궁극의 경지를 이루고자 정진을 일으켜
마음이 게으르지 않고 나태하지 않으며
굳세게 힘써 나아가 힘과 능력을 갖추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느니라.
“Āraddhaviriyo paramatthapattiyā, Alīnacitto akusītavutti; Daḷhanikkamo thāmabalūpapanno,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숫따니빠따 Snp 1.3 무소의 뿔경 (Khaggavisāṇasutta) 배경
앞 게송의 고요한 평정이 나태함으로 오해되지 않도록, 이 게송은 그 반대편의 정진을 강조합니다. "궁극의 경지를 이루고자 정진을 일으켜"는 목표를 향한 적극적인 노력을 말하고, "게으르지 않고 나태하지 않으며", "굳세게 힘써 나아가"는 비슷한 뜻을 겹쳐 말하며 정진의 꾸준함을 강조합니다. 평정(앞 게송)과 정진(이 게송)을 나란히 두어, 홀로 감이 무기력한 물러남이 아니라 안정과 노력을 함께 갖춘 상태임을 보여 줍니다.
묵상
고요함과 애씀은 서로 어긋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함께 갈 수 있는 것들이에요. 지금 내가 힘을 쏟고 있는 일이 있다면, 그 안에서 조급함 대신 차분함을 잃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홀로 머묾과 선정을 놓치지 않으며
가르침 안에서 늘 그 가르침대로 살아가며
거듭나는 삶 속의 재앙을 꿰뚫어 보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느니라
갈애가 다하기를 바라며 방일하지 않고
어리석지 않으며 많이 배우고 마음을 챙기어
가르침을 헤아려 알고 흔들림 없이 정진하는 이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느니라.
“Paṭisallānaṁ jhānamariñcamāno, Dhammesu niccaṁ anudhammacārī; Ādīnavaṁ sammasitā bhavesu,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Taṇhakkhayaṁ patthayamappamatto, Aneḷamūgo sutavā satīmā; Saṅkhātadhammo niyato padhānavā,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숫따니빠따 Snp 1.3 무소의 뿔경 (Khaggavisāṇasutta) 배경
이 대목을 마무리하는 짝을 이룬 두 게송으로, 지금까지 다룬 절제와 정진이 향하는 목표를 분명히 합니다. 서른다섯째 게송은 "홀로 머묾과 선정"이라는 구체적인 수행과 "거듭나는 삶 속의 재앙을 꿰뚫어 보고"라는 통찰을 나란히 두고, 서른여섯째 게송은 그 목표를 "갈애가 다하기를 바라며"라고 명확히 밝힙니다. "많이 배우고 마음을 챙기어", "가르침을 헤아려 알고"는 이 경 전체에서 강조해 온 지혜와 마음챙김이 정진의 마지막 단계에서도 함께 요구됨을 보여 줍니다.
묵상
무언가를 계속 바라고 얻으려 애쓰는 마음이 언제 끝날지 몰라 지칠 때가 있지요. "갈애가 다하기를 바란다"는 것이 지금 당장 모든 바람을 없애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지금 내가 반복해서 이루려 하는 바람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걸음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