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물에도 젖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느니라
어금니의 힘이 강한 사자가 위세로 다스리며
짐승의 왕으로서 당당히 거닐 듯이
외딴 거처를 찾아 머물러야 하리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느니라.
“Sīhova saddesu asantasanto, Vātova jālamhi asajjamāno; Padumaṁva toyena alippamāno,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Sīho yathā dāṭhabalī pasayha, Rājā migānaṁ abhibhuyya cārī; Sevetha pantāni senāsanāni,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숫따니빠따 Snp 1.3 무소의 뿔경 (Khaggavisāṇasutta) 배경
이 경의 마지막 대목을 여는 두 게송으로, 세 가지 비유(사자·바람·연꽃)를 한 게송에 모아 둔 뒤 사자의 비유를 다음 게송에서 다시 확장합니다. 서른일곱째 게송의 사자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담대함을, 바람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 자유로움을, 연꽃은 물에 젖지 않는 청정함을 각각 보여 줍니다. 서른여덟째 게송은 그중 사자를 다시 가져와 "짐승의 왕으로서 당당히 거닐 듯이 외딴 거처를 찾아 머물러야 하리니"라며, 지금까지의 비유들을 실제 수행자가 머무는 장소(외딴 거처)에 대한 구체적인 권유로 연결합니다.
묵상
사자는 무리에서 떨어져 있어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져요. 지금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낼 때, 그것이 불안해서인지 아니면 스스로 선택한 고요함인지 구별해 본 적이 있나요? 둘 다 있을 수 있고, 어느 쪽이든 괜찮아요.
자애와 평정과 연민이라는 해탈을
때에 따라 함께 기뻐함까지 닦으며
온 세상 그 무엇과도 다투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느니라.
“Mettaṁ upekkhaṁ karuṇaṁ vimuttiṁ, Āsevamāno muditañca kāle; Sabbena lokena avirujjhamāno,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숫따니빠따 Snp 1.3 무소의 뿔경 (Khaggavisāṇasutta) 배경
이 경에서 유일하게 다른 존재를 향한 마음(자애·연민·함께 기뻐함·평정, 이른바 네 가지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을 온전히 다루는 게송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게송이 관계로부터 놓여나는 쪽에 무게를 두었다면, 이 게송은 홀로 있으면서도 다른 존재를 향한 마음을 함께 닦아야 함을 분명히 합니다. "온 세상 그 무엇과도 다투지 않고"는 이 네 가지 마음이 향하는 곳이 특정한 몇 사람이 아니라 세상 전체임을 보여 주어, 홀로 감이 다른 존재에 대한 무관심이 아니라는 것을 이 경 스스로 밝히는 대목입니다.
묵상
혼자 있는 시간이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무심해지는 시간일 필요는 없어요. 곁에 없어도 마음속으로 누군가의 안녕을 빌어 본 적이 있나요? 그런 마음이 관계를 이어 가는 또 다른 방식일 수도 있어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버리고
온갖 족쇄들을 끊어버리고서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에도 놀라지 않으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느니라.
“Rāgañca dosañca pahāya mohaṁ, Sandālayitvāna saṁyojanāni; Asantasaṁ jīvitasaṅkhayamhi,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숫따니빠따 Snp 1.3 무소의 뿔경 (Khaggavisāṇasutta) 배경
이 경의 절정에 해당하는 게송으로, 지금까지 다룬 모든 내려놓음의 결과가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나아갑니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불교에서 괴로움의 뿌리로 꼽는 세 가지이며, 이것을 버리고 "족쇄들을 끊어버린" 이는 마침내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에도 놀라지 않으니"라는 데에 이릅니다. 가족·벗·재물에서 시작한 이 경의 흐름이 결국 삶의 끝에 대한 두려움까지 다루는 데서 마무리에 가까워집니다.
묵상
죽음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마음이 무거워지지요. 그 무거움을 애써 밀어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음을 조용히 느껴 보는 것만으로도 이 게송에 다가가는 한 걸음이 될 수 있어요.
사람들은 저마다 이유가 있어야 가까이하고 섬기나니
오늘날 아무 이유 없는 벗은 참으로 만나기 어려우며
제 이익에만 밝고 깨끗하지 못한 사람들뿐이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느니라.
“Bhajanti sevanti ca kāraṇatthā, Nikkāraṇā dullabhā ajja mittā; Attaṭṭhapaññā asucī manussā,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숫따니빠따 Snp 1.3 무소의 뿔경 (Khaggavisāṇasutta) 배경
이 경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게송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유가 있어야 가까이하고 섬기나니"는 세상의 관계 상당수가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맺어진다는 현실적인 관찰이며, "오늘날 아무 이유 없는 벗은 참으로 만나기 어려우며"는 그런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고 있습니다. 이 경이 첫 게송에서 벗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으라고 한 것이, 관계 자체를 부정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이해관계로 얽힌 세상에서 조건 없는 벗을 만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었음을 마지막에 이르러 밝혀 줍니다.
묵상
조건 없이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는 이 말이 조금 쓸쓸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런 만남이 드물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닫아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지금까지 살아오며 이해관계 없이 나를 대해 준 순간이 있었다면, 그것을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해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