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과 신뢰의 상실

믿었던 사람에게 등을 돌린 자리에서, 다시 사람을 대하는 법

‘그가 나를 욕했다, 그가 나를 때렸다, 그가 나를 이겼다, 그가 내 것을 빼앗았다’ - 이것을 마음에 붙들어 매는 자들에게는 원한이 가라앉지 않느니라. ‘그가 나를 욕했다, 그가 나를 때렸다, 그가 나를 이겼다, 그가 내 것을 빼앗았다’ - 이것을 마음에 붙들어 매지 않는 자들에게는 원한이 가라앉느니라.

Akkocchi maṁ avadhi maṁ, ajini maṁ ahāsi me; Ye ca taṁ upanayhanti, veraṁ tesaṁ na sammati. Akkocchi maṁ avadhi maṁ, ajini maṁ ahāsi me; Ye ca taṁ nupanayhanti, veraṁ tesūpasammati.

법구경 Dhammapada 3-4

배경

법구경의 세 번째, 네 번째 게송입니다. 두 게송의 앞 두 줄은 글자 하나 다르지 않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셋째 줄의 “붙들어 맨다(우빠나이하띠)”와 “붙들어 매지 않는다” 한 곳뿐입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것이 있습니다. 부처님은 “그가 나를 욕했다”라는 문장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십니다. 그 일이 없었다고도, 대단치 않다고도 하지 않으십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다만 그 문장을 하루에 백 번 꺼내어 마음에 다시 묶는 일이 그와는 별개로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상대가 한 번 저지른 일을, 우리가 우리 안에서 여러 번 되풀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되풀이의 고통은 상대가 아니라 우리가 겪습니다.

묵상

그 장면을 오늘 몇 번이나 다시 재생하셨나요? 그것을 세어 본다고 해서 당장 멈춰지지는 않을 거예요. 다만 “그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과 “나는 지금 그것을 다시 붙들고 있다”는 것이 서로 다른 두 가지라는 것만은, 알아차려 볼 수 있을까요? 상처를 인정하는 것과 상처를 되새기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에요.

수행자들이여, 거래로 청렴함을 알아야 하되, 오래 뒤라야지 잠깐은 안 되고, 주의해야지 부주의해서는 안 되며, 지혜로워야지 지혜 없어서는 안 됩니다. 수행자들이여, 역경에서 굳건함을 알아야 하되, 오래 뒤라야지 잠깐은 안 되고, 주의해야지 부주의해서는 안 되며, 지혜로워야지 지혜 없어서는 안 됩니다. 수행자들이여, 대화로 지혜를 알아야 하되, 오래 뒤라야지 잠깐은 안 되고, 주의해야지 부주의해서는 안 되며, 지혜로워야지 지혜 없어서는 안 됩니다.

Saṁvohārena, bhikkhave, soceyyaṁ veditabbaṁ, tañca kho dīghena addhunā, na ittaraṁ; manasikarotā, no amanasikarotā; paññavatā, no duppaññena. Āpadāsu, bhikkhave, thāmo veditabbo, so ca kho dīghena addhunā, na ittaraṁ; manasikarotā, no amanasikarotā; paññavatā, no duppaññena. Sākacchāya, bhikkhave, paññā veditabbā, sā ca kho dīghena addhunā, na ittaraṁ; manasikarotā, no amanasikarotā; paññavatā, no duppaññenāti.

앙굿따라 니까야 AN 4.192 알 수 있는 경우 경 (Ṭhānasutta)

배경

첫 항목에 이어 나머지 세 짝을 같은 조건으로 제시합니다. 거래(saṁvohāra)에서는 청렴함, 역경(āpadā)에서는 굳건함, 대화(sākacchā)에서는 지혜가 드러납니다. 각 문장에는 오랜 뒤·주의 깊음·지혜로움과 그 반대의 부정이 모두 반복됩니다. 인용은 이 세 조건을 어느 항목에서도 생략하지 않고, 각 방법과 드러나는 덕목의 고정된 순서도 지켰습니다. 다음 대목들은 이 네 항목을 하나씩 되받아 부정 사례와 긍정 사례로 풀어냅니다. 수행상 네 짝은 막연한 인상보다 상황에 맞는 근거를 찾아보게 합니다.

묵상

함께 지냄·거래·역경·대화 가운데 지금 한 사람을 알아가는 데 실제로 있었던 경우는 무엇인가요? 네 덕목을 평가하기보다, 내가 보았던 상황과 아직 보지 못한 상황을 구분할 수 있나요? 판단이 부담스럽다면 네 짝 중 가장 이해하기 쉬운 하나만 마음에 두어도 괜찮아요.

수행자들이여, 웨데히까라는 여주인에게 이런 좋은 평판이 자자하였느니라 - ‘웨데히까 여주인은 온화하다, 웨데히까 여주인은 겸손하다, 웨데히까 여주인은 고요하다.’ … 수행자들이여, 그때 하녀 깔리에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느니라. ‘나의 여주인은 안에 성냄이 있는데 드러내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성냄이 없는 것일까? … 내가 여주인을 시험해 보면 어떨까?’ … 수행자들이여, 그 뒤 웨데히까 여주인에게는 이런 나쁜 평판이 퍼졌느니라 - ‘웨데히까 여주인은 사납다, 웨데히까 여주인은 겸손하지 않다, 웨데히까 여주인은 고요하지 않다.’

Vedehikāya, bhikkhave, gahapatāniyā evaṁ kalyāṇo kittisaddo abbhuggato: ‘soratā vedehikā gahapatānī, nivātā vedehikā gahapatānī, upasantā vedehikā gahapatānī’ti. … Atha kho, bhikkhave, kāḷiyā dāsiyā etadahosi: … ‘Kiṁ nu kho me ayyā santaṁyeva nu kho ajjhattaṁ kopaṁ na pātukaroti udāhu asantaṁ … Yannūnāhaṁ ayyaṁ vīmaṁseyyan’ti. …Atha kho, bhikkhave, vedehikāya gahapatāniyā aparena samayena evaṁ pāpako kittisaddo abbhuggacchi: ‘caṇḍī vedehikā gahapatānī, anivātā vedehikā gahapatānī, anupasantā vedehikā gahapatānī’ti.

맛지마 니까야 MN 21 톱의 비유경 (Kakacūpamasutta)

배경

웨데히까는 온화하기로 소문난 여주인이었습니다. 하녀 깔리는 어느 날 문득 의심합니다 - 저 온화함은 정말 온화함일까, 아니면 내가 일을 빈틈없이 해 놓아서 성낼 일이 없었던 것뿐일까. 깔리는 일부러 늦잠을 잡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세 번째 날 여주인은 문빗장을 집어 깔리의 머리를 내리칩니다. 그날로 “온화한 사람”이라는 평판은 “사나운 사람”이라는 평판으로 바뀝니다. 부처님이 이 이야기를 꺼내신 뜻은 사람을 의심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조건이 좋을 때의 모습은 아직 시험을 거치지 않은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보았던 그 사람의 다정함은 거짓이 아니었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다정함이 무엇을 견딜 수 있는지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었을 수 있습니다.

묵상

“내가 본 그 사람은 다 거짓이었나”라는 물음에 시달리고 계신가요? 꼭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좋은 조건에서의 다정함과, 손해를 감수해야 할 때의 다정함은 서로 다른 것이니까요. 그 사람의 전부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무엇이 아직 시험되지 않았던 것인지 구분해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구분은 당신을 위한 것이지, 그 사람을 변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에요.

장자여, 마음이 진실한 벗 네 부류를 알아야 하느니라. 도와주는 벗,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한결같은 벗, 이로운 것을 일러 주는 벗, 가엾이 여기는 벗이니라. …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한결같은 벗은 자기의 비밀을 그대에게 털어놓고, 그대의 비밀을 지켜 주며, 어려움을 당했을 때 그대를 버리지 않고, 그대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내놓느니라. … 가엾이 여기는 벗은 그대의 불행을 기뻐하지 않고, 그대의 행운을 기뻐하며, 그대를 헐뜯는 말을 막아 주고, 그대를 칭찬하는 말을 북돋우느니라.

Cattārome, gahapatiputta, mittā suhadā veditabbā. Upakāro mitto suhado veditabbo, samānasukhadukkho mitto suhado veditabbo, atthakkhāyī mitto suhado veditabbo, anukampako mitto suhado veditabbo. … Guyhamassa ācikkhati, guyhamassa parigūhati, āpadāsu na vijahati, jīvitaṁpissa atthāya pariccattaṁ hoti. … Abhavenassa na nandati, bhavenassa nandati, avaṇṇaṁ bhaṇamānaṁ nivāreti, vaṇṇaṁ bhaṇamānaṁ pasaṁsati.

디가 니까야 DN 31 시갈로와다경 (Siṅgālasutta)

배경

부처님이 시갈라라는 젊은 재가자에게 들려주신 살림살이의 가르침입니다. 여기서 부처님은 참된 벗을 알아보는 표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늘어놓으십니다. 마음가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적으신 것이 특징입니다. “어려움을 당했을 때 버리지 않는다”, “그대의 불행을 기뻐하지 않는다”, “그대를 헐뜯는 말을 막아 준다” - 모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한 사람에게 크게 데인 뒤에는 “이제 아무도 믿지 않겠다”는 결론으로 가기 쉽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믿음을 거두라고 하지 않으시고, 무엇을 보고 믿을지를 알려 주십니다. 배신의 반대말은 불신이 아니라 분별입니다.

묵상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을 이 네 가지에 하나씩 비추어 보면 어떨까요? 놀랍게도, 크게 데인 뒤에야 조용히 곁을 지켜 준 사람이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그 사람들에게는 아직 아무 말도 못 하셨을지 몰라요. 오늘 그중 한 사람에게 짧은 연락 하나를 건네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