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땐 늙는다는 게 남의 일 같았는데 어느새 제 일이 됐어요.

예전에는 나이 든 사람을 보면 나와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어느 날 거울 속 얼굴이나 사진 속 모습이 낯설고, 같이 늙어 가는 친구들을 보면 시간이 이만큼 흘렀다는 게 실감돼요.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가 한동안 멍해요.

먼저

남의 일 같던 것이 어느 날 내 일이 되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아요. 그 서늘함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으셔도 돼요.

부처님 때, 비슷한 자리

경에는 부처님이 수행자들에게 일러 준 때와 곳이 적혀 있지 않습니다. 이 경에서 부처님은 자기 젊은 시절을 들려주었습니다. 아버지의 집에는 자기만을 위한 연못들이 있었고 거기에 갖가지 연꽃이 피었으며, 카시에서 난 단향과 옷을 썼고, 밤낮으로 흰 양산이 받쳐져 추위와 더위와 풀과 먼지와 이슬이 닿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부드럽게 자라던 어느 때에 부처님은 늙은 사람을 보고 거북해하는 여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도 늙기 마련임을 곰곰이 살폈습니다. 그러자 젊음에 취했던 마음이 사라졌다고 일렀습니다.

“수행자들이여, 나는 부드럽게 자랐다. 아주 부드럽게, 더없이 부드럽게 자랐다. 수행자들이여, 아버지의 집에는 나를 위해 연못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한 연못에는 푸른 연꽃이, 한 연못에는 붉은 연꽃이, 한 연못에는 흰 연꽃이 피었다. 모두 나를 위해서였다. 수행자들이여, 나는 카시에서 나지 않은 단향은 쓰지 않았다. 수행자들이여, 내 머리 두건도 카시의 것이었고, 윗옷도, 아래옷도, 겉옷도 카시의 것이었다. 밤낮으로 내게 흰 양산이 받쳐졌다. ‘추위나 더위나 풀이나 먼지나 이슬이 그에게 닿지 않기를.’”
AN 3.39 수쿠말라 숫따 (곱게 자람) 1.1–1.6
빠알리 원문

“Sukhumālo ahaṁ, bhikkhave, paramasukhumālo accantasukhumālo. Mama sudaṁ, bhikkhave, pitu nivesane pokkharaṇiyo kāritā honti. Ekattha sudaṁ, bhikkhave, uppalaṁ vappati, ekattha padumaṁ, ekattha puṇḍarīkaṁ, yāvadeva mamatthāya. Na kho panassāhaṁ, bhikkhave, akāsikaṁ candanaṁ dhāremi. Kāsikaṁ, bhikkhave, su me taṁ veṭhanaṁ hoti, kāsikā kañcukā, kāsikaṁ nivāsanaṁ, kāsiko uttarāsaṅgo. Rattindivaṁ kho pana me su taṁ, bhikkhave, setacchattaṁ dhārīyati: ‘mā naṁ phusi sītaṁ vā uṇhaṁ vā tiṇaṁ vā rajo vā ussāvo vā’ti.

“이런 풍요와 이런 부드러운 삶을 누리던 나에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르침을 듣지 못한 여느 사람은 자신도 늙기 마련이고 늙음을 벗어나지 못했으면서, 늙은 다른 사람을 보면 질겁하고 거북해하고 역겨워한다. 자신은 제쳐 두고서 그런다. 나도 늙기 마련이고 늙음을 벗어나지 못했다. 늙기 마련이고 늙음을 벗어나지 못한 내가 늙은 다른 사람을 보고 질겁하고 거북해하고 역겨워한다면, 그것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 수행자들이여, 이렇게 곰곰이 살피자 젊을 때 젊음에 취했던 마음이 모두 사라졌다.”
AN 3.39 수쿠말라 숫따 (곱게 자람) 3.1–3.4
빠알리 원문

Tassa mayhaṁ, bhikkhave, evarūpāya iddhiyā samannāgatassa evarūpena ca sukhumālena etadahosi: ‘assutavā kho puthujjano attanā jarādhammo samāno jaraṁ anatīto paraṁ jiṇṇaṁ disvā aṭṭīyati harāyati jigucchati attānaṁyeva atisitvā, ahampi khomhi jarādhammo jaraṁ anatīto. Ahañceva kho pana jarādhammo samāno jaraṁ anatīto paraṁ jiṇṇaṁ disvā aṭṭīyeyyaṁ harāyeyyaṁ jiguccheyyaṁ na metaṁ assa patirūpan’ti. Tassa mayhaṁ, bhikkhave, iti paṭisañcikkhato yo yobbane yobbanamado so sabbaso pahīyi.

“병들기 마련이고 늙기 마련이며 또 죽기 마련이면서, 그런 성질 그대로 있으면서도 가르침을 듣지 못한 여느 사람들은 역겨워한다. 내가 이런 성질을 가진 존재들을 역겨워한다면 이렇게 살아가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AN 3.39 수쿠말라 숫따 (곱게 자람) 8.1–9.4
빠알리 원문

Byādhidhammā jarādhammā, atho maraṇadhammino; Yathādhammā tathāsantā, jigucchanti puthujjanā. Ahañce taṁ jiguccheyyaṁ, evaṁdhammesu pāṇisu; Na metaṁ patirūpassa, mama evaṁ vihārino.

부처님이 오늘 답한다면

따옴표 안의 말과 상자 안의 글만 경전의 말씀입니다. 나머지는 경에서 부처님이 답한 방식을 따라 편집자가 쓴 글입니다.

부처님은 이 경에서 자기 젊은 시절을 직접 들려줘요. 아버지의 집에는 자기만을 위한 연못이 있었고, 흰 양산이 밤낮으로 받쳐져 추위와 더위가 닿지 않았다고 해요. 그 한가운데서 부처님은 늙음이 자기 일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남의 일 같던 것이 내 일로 다가오는 순간은 부처님의 이야기에도 있어요.

부처님이 그다음에 한 생각은 짧아요. 가르침을 듣지 못한 여느 사람은 늙은 사람을 보면 거북해하는데 자기 자신은 제쳐 둔다고 하고, 곧바로 “나도 늙기 마련이고 늙음을 벗어나지 못했다”라고 했어요. 이 생각을 한 뒤에 남은 것을 경은 “젊을 때 젊음에 취했던 마음이 모두 사라졌다”고 적어요. 서글픔이 어땠는지는 적지 않았어요. 서글픔을 느껴도 이 경과 어긋나지 않아요.

이 경은 담담해서 차갑게 들릴 수 있어요. 내려앉은 마음에는 위로가 먼저 필요한 날이 있어요. 그런 날에는 첫 대목, 부처님이 자기 젊은 시절을 들려주는 부분까지만 읽어도 돼요.

게송에서 부처님은 병들고 늙고 죽기 마련인 성질을 가진 존재들을 역겨워하는 것이 이렇게 살아가는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어요. 경은 그 거북함을 여느 사람에게 흔한 마음으로 그리면서, 부처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봤어요. 거울 앞에서나 앞서 늙은 사람들 앞에서 거북한 마음이 올라오면, 그 옆에 ‘나도 같은 성질을 가졌다’는 사실을 놓아 볼 수 있어요. 부처님이 한 일이 그것이었어요.

오늘 해 볼 것

  1. 늙음이 남의 일 같았던 때를 하나 떠올려 적어 보세요. 그때의 나를 나무라지 말고 ‘그때는 그랬구나’ 하고만 적으세요.
  2. 거울이나 사진을 보고 올라오는 마음에 이름만 붙여 보세요. 서글픔, 낯섦, 두려움 같은 말이면 돼요. 고치려 하지 않아도 돼요.
  3. 나이 든 사람을 보고 거북한 마음이 들면,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나도 같은 성질을 가졌다’는 말을 한 번만 속으로 해 보세요.

이렇게 읽기 쉬워요

젊음을 누린 건 잘못이고 부처가 그걸 꾸짖었다
경은 자기 젊은 시절을 담담히 들려줄 뿐 젊음을 누린 것을 꾸짖지 않는다 an3.39:1.1–1.6
늙음을 알아차렸으니 이제 서글퍼하면 안 된다
경은 알아본 뒤 젊음에 취했던 마음이 사라졌다고만 적고, 서글픔을 느끼면 안 된다는 말은 없다 an3.39:3.1–3.4
늙은 사람을 보고 거북한 마음이 드는 건 나쁜 사람이라는 증거다
경은 그런 마음을 부처가 자신에게 한 생각으로 옮길 뿐, 그런 마음이 든 사람을 꾸짖는 말은 하지 않는다 an3.39:3.1–3.4

경전 밖의 도움

부처님 말씀이 아닌 현실 안내입니다. 확인 2026-10-10

  • 나이 듦에 대한 불안이나 우울감이 길어지면 시·군·구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받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