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과 벗, 재물에 대한 애착이 어떻게 괴로움으로 이어지는지 첫머리에서부터 짚습니다.
모든 생명을 향한 폭력을 내려놓고
그들 중 누구도 해치지 않으며
자식도 바라지 마라, 하물며 벗을 바라겠는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Sabbesu bhūtesu nidhāya daṇḍaṁ, Aviheṭhayaṁ aññatarampi tesaṁ; Na puttamiccheyya kuto sahāyaṁ,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숫따니빠따 Snp 1.3 칵가위사나 숫따 (코뿔소의 뿔 - 무소의 뿔)
배경
무소의 뿔경(칵가위사나 숫따)의 첫 노래입니다. 이 경의 노래는 대부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줄로 끝납니다. “자식도 바라지 마라, 하물며 벗을 바라겠는가”는 더 가까운 자식을 먼저 말하고, 그보다 먼 벗은 말할 것도 없다고 잇습니다. 노래는 “모든 생명을 향한 폭력을 내려놓고”로 시작하므로, 홀로 감은 누구도 해치지 않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묵상
“하물며 벗을 바라겠는가”라는 구절이 조금 서늘하게 다가올 수도 있어요. 곁에 누군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자연스러워서 부끄러워할 일이 없어요. 오늘 하루 중에 누군가 곁에 없어도 내가 나 자신으로 서 있다고 느낀 짧은 순간이 있었나요?
가까이 지내면 정이 생기고
정을 따라 이 괴로움이 일어난다.
정에서 생기는 위험을 살펴보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벗과 가까운 이를 애틋하게 여기다 보면
마음이 매여 목표를 놓친다.
친밀함 속의 이 두려움을 살펴보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Saṁsaggajātassa bhavanti snehā, Snehanvayaṁ dukkhamidaṁ pahoti; Ādīnavaṁ snehajaṁ pekkhamāno,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Mitte suhajje anukampamāno, Hāpeti atthaṁ paṭibaddhacitto; Etaṁ bhayaṁ santhave pekkhamāno,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숫따니빠따 Snp 1.3 칵가위사나 숫따 (코뿔소의 뿔 - 무소의 뿔)
배경
두 노래가 짝을 이루어 애착이 낳는 괴로움을 두 방향에서 말합니다. 첫 노래는 “가까이 지내면 정이 생기고, 정을 따라 이 괴로움이 일어난다”라며 친밀함과 괴로움을 원인과 결과로 잇습니다. 둘째 노래는 벗을 아끼는 마음에 “마음이 매여” 이루려던 목표를 놓치는 일을 말합니다. 두 노래는 각각 “위험”과 “두려움”을 살펴보고 혼자서 가라는 말로 끝맺습니다.
묵상
벗을 걱정하는 마음 때문에 하려던 일이나 결심에서 멀어진 적이 있나요? 벗을 아끼는 마음이 잘못이라는 말은 아니에요. 그때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한 번 짚어 보세요.
무성한 대나무가 서로 얽히듯이
자식과 아내를 향한 마음도 그러하다.
대나무 새순처럼 걸림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Vaṁso visālova yathā visatto, Puttesu dāresu ca yā apekkhā; Vaṁsakkaḷīrova asajjamāno,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숫따니빠따 Snp 1.3 칵가위사나 숫따 (코뿔소의 뿔 - 무소의 뿔)
배경
대나무 비유가 나오는 게송입니다. 무성하게 자란 대나무는 가지가 서로 얽히고, 갓 돋은 새순은 걸릴 것이 없습니다. 게송은 자식과 아내를 향한 마음을 얽힌 대숲에, 걸림 없는 상태를 새순에 견줍니다. 앞에서 벗과 가까운 이에게 매이는 마음을 말했고, 이 게송은 자식과 아내에게 매이는 마음을 말합니다.
묵상
대나무 가지들이 서로 얽힌 모습을 떠올려 보면, 지금 내 마음에도 그렇게 얽힌 곳이 있을까요? 가족을 아끼는 마음을 없애라는 말은 아니에요. 그 마음이 나를 옥죄고 있지는 않은지 가만히 살펴보세요.
숲 속에서 매이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원하는 곳으로 가듯이
지혜로운 이는 자유를 바라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벗들 사이에 있으면 머물 때도 서 있을 때도
갈 때도 길을 떠날 때도 누군가 부른다.
누구도 탐내지 않는 자유를 바라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Migo araññamhi yathā abaddho, Yenicchakaṁ gacchati gocarāya; Viññū naro seritaṁ pekkhamāno,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Āmantanā hoti sahāyamajjhe, Vāse ṭhāne gamane cārikāya; Anabhijjhitaṁ seritaṁ pekkhamāno,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숫따니빠따 Snp 1.3 칵가위사나 숫따 (코뿔소의 뿔 - 무소의 뿔)
배경
두 노래가 짝을 이룹니다. 둘 다 자유를 바라며 혼자서 가라는 말로 끝납니다. 첫 노래는 숲에서 매이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원하는 곳으로 가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둘째 노래는 벗들 사이에 있으면 머물 때도 서 있을 때도 갈 때도 길을 떠날 때도 누군가 부른다고 말합니다. 두 노래를 나란히 두어 사슴 같은 자유와 무리 속의 얽매임을 견줍니다.
묵상
누군가와 함께 지내다 보면 가고 싶은 곳과 하고 싶은 일을 매번 맞춰야 할 때가 있지요. 그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지만, 그러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흐려질 때도 있어요. 요즘 나는 하루를 얼마나 내 뜻대로 정할 수 있었나요?
벗들 사이에는 놀이와 즐거움이 있고
자식을 향한 사랑은 크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일을 꺼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Khiḍḍā ratī hoti sahāyamajjhe, Puttesu ca vipulaṁ hoti pemaṁ; Piyavippayogaṁ vijigucchamāno,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숫따니빠따 Snp 1.3 칵가위사나 숫따 (코뿔소의 뿔 - 무소의 뿔)
배경
이 게송은 벗과 자식이 주는 기쁨을 먼저 인정합니다. “벗들 사이에는 놀이와 즐거움이 있고, 자식을 향한 사랑은 크다”라고 말한 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일을 꺼려” 혼자서 가라고 잇습니다. 사랑이 클수록 이별의 아픔도 큽니다. 기쁨을 주는 관계조차 붙들지 않으려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묵상
벗과 웃고 떠들던 시간, 자식을 향한 사랑은 분명 소중하고 좋은 것이지요. 그 뒤에 언젠가 이별이 온다는 걸 안다면, 지금 이 순간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는 일과 그 기쁨에 매달리는 일은 어떻게 다를까요?
사방 어디서나 편안하고 누구에게도 맞서는 마음이 없으며
무엇이 오든 있는 대로 만족하고
온갖 위험을 이겨 내어 두려움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Cātuddiso appaṭigho ca hoti, Santussamāno itarītarena; Parissayānaṁ sahitā achambhī,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숫따니빠따 Snp 1.3 칵가위사나 숫따 (코뿔소의 뿔 - 무소의 뿔)
배경
이 게송은 홀로 선 이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그립니다. “사방 어디서나 편안하고”는 특정한 장소나 사람에게 매이지 않은 모습이고, “누구에게도 맞서는 마음이 없으며”는 적의가 없는 마음입니다. “무엇이 오든 있는 대로 만족하고”는 원하는 조건이 갖춰지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말합니다. 여기에 “온갖 위험을 이겨 내어 두려움 없이”가 더해집니다.
묵상
지금 가진 것이나 곁에 있는 사람과 상관없이 스스로 괜찮다고 느껴 본 적이 있나요? 만족한다는 말은 원하는 것을 다 이루었다는 말보다 지금 이대로도 서 있을 수 있다는 감각에 가까울지도 몰라요. 오늘 어떤 순간에 그런 담담함을 느꼈는지 떠올려 보세요.
집을 떠난 이들 가운데도 맞춰 주기 어려운 이가 있고
집에서 사는 이들도 그러하니
남의 자식 일에는 마음을 쓰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Dussaṅgahā pabbajitāpi eke, Atho gahaṭṭhā gharamāvasantā; Appossukko paraputtesu hutvā,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숫따니빠따 Snp 1.3 칵가위사나 숫따 (코뿔소의 뿔 - 무소의 뿔)
배경
이 게송은 집을 떠난 이와 집에 사는 이를 나란히 두어, 맞춰 주기 어려운 사람이 어느 쪽에나 있다고 말합니다. 이어 “남의 자식 일에는 마음을 쓰지 말고” 혼자서 가라고 합니다. 앞에서는 자기 자식에 대한 애착을 말했고, 여기서는 남의 자식 일에 마음 쓰는 것까지 내려놓으라고 합니다.
묵상
가까운 사람이든 낯선 사람이든, 맞춰 주기 어려운 사람과 함께 지내면 힘든 순간이 생기지요. 그런 어려움을 나만 겪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질까요? 요즘 나를 힘들게 하는 관계가 있다면, 그 관계에 내 마음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천천히 떠올려 보세요.
집 생활의 표식을 벗어 놓고
잎이 다 떨어진 꼬윌라라 나무처럼
용맹한 이는 집 생활의 속박을 끊고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Oropayitvā gihibyañjanāni, Sañchinnapatto yathā koviḷāro; Chetvāna vīro gihibandhanāni,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숫따니빠따 Snp 1.3 칵가위사나 숫따 (코뿔소의 뿔 - 무소의 뿔)
배경
이 게송은 집에 사는 삶의 표식을 벗고 그 삶의 속박까지 끊어 내는 모습을 그립니다. “집 생활의 표식을 벗어 놓고”는 집에 사는 사람임을 보여 주는 표시를 내려놓는 일입니다. “잎이 다 떨어진 꼬윌라라 나무처럼”은 그 표식을 모두 벗어 놓은 모습을 잎을 떨군 나무에 견줍니다. 그다음 “용맹한 이는 집 생활의 속박을 끊고서”가 구체적인 결단으로 이어집니다.
묵상
이 게송은 집을 떠나는 삶을 그리고 있어서 지금 내 삶과 거리가 있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잎이 다 떨어진 나무를 떠올리며, 내 삶에서 이미 벗어 놓거나 끊어 낸 것이 있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